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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서울] 계동에 방문한 식객이라면 필수, 밀과보리먹보의 삶 2021. 6. 12. 23:09
주말에 오랜만에 엄마, 아빠와 데이트를 하면서 북촌에 방문했다. 나는 광화문과 서촌을 비롯해 을지로, 익선동까지 서울 종로 쪽을 좋아해서 자주 놀러 갔는데 계동은 처음이었다. 계동에서 엄마, 아빠가 즐겨가는 맛집을 소개해준다며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방영된 맛집 중 맛집이라고 한다. 처음에 외관을 보고 앗, 여기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고 명성에 비해 초라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웬 걸, 작은 외관과 다르게 내부에 들어가니 나름 사람들도 여럿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가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기도 전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위치 / 서울 종로구 창덕궁 1길 32
영업시간/ 일요일 휴무, 매일 11:30 - 21:0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주차/ 원서공원 앞 공영주차장 (서울특별시 종로구 원서동 206)
*하루 종일 주차 12,000원을 냈습니다.(평일, 주말 최대 요금 12,000원 / 30분 기본요금 2,000원)지도의 빨간 핀이 밀과 보리의 위치이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첫 번째 골목에서 꺾고 쭉 걷다가 오른편 오르막길을 오르면 밀과 보리가 나온다. 3번 출구에서 약 7분 정도 걸으면 된다. 만약 앞서 말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 사람이라면 공영주차장에서 나와 왼쪽으로 꺾은 뒤, 처음으로 나오는 골목(내리막길)을 걸으면 된다.
골목에서 꺾어 1분 정도 내려가면 가까운 곳에 밀과 보리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 간판이 작아서 찾기 힘들었고 생각보다 작은 외관에 테이블 수도 적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참고할 점은 우리는 일요일 오후 4시 20분에 갔는데 가게에 브레이크 타임 15:00-17:00라고 써져있는 것이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인터넷엔 나와있지 않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계동 근처를 산책하며 기다렸다가 4시 50분쯤 가게 앞으로 갔는데 문이 열려있었다. 꼭 오후 5시에 맞춰가지 않아도 사장님이 여유롭게 일찍 열어주시는 듯했다.
가게에 들어가면 바로 테이블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기다란 복도를 걸으면 복도 타일에 유명인들의 사인과 허영만 선생님이 그린 그림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8월 1일이라고 적힌 것을 보아 최근까지 오신 듯했다. 자나 깨나 생활 거리두기 실천! 명심해야겠다.
생각보다 가게 내부엔 사람들이 많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엔 옆사람뿐만 아니라 앞사람과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투명 가림막이 설치되어있다. 그리고 메뉴판은 벽에 붙여져 있다. 엄마, 아빠, 나 3명은 곤드레 나물밥(2인), 감자전, 미나리전을 시켰다. 처음에 곤드레 나물밥 3인을 시키려 했으나 사장님께서 너무 많을 것이라며 곤드레 나물밥은 2인만 해도 된다고 하셨다. 사장님께서 주문도 받으시고 혼자 요리까지 하시는데 그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손님이 메뉴를 정할 때 '어떻게 시키면 좋다'라며 친절하게 도움을 주신다. 그리고 메뉴판 위에는 모든 밑반찬과 주요 메뉴들의 간이 싱겁다고 써져있다. 요즘 자극적인 음식으로 길들여져 있는 내 입맛에 과연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테이블 위에 양념간장과 고추장, 그리고 참기름이 있다. 이 세 가지의 양념들은 곤드레 나물밥을 비벼먹을 때 사용하는 양념 들인듯하다. 앞접시도 양 옆에 넉넉히 있어 전을 먹거나 나물밥을 덜어먹기에도 좋았다.
처음으로 나온 것은 미나리전이었다. 미나리전은 모든 테이블에 하나씩 다 주문을 할 정도로 이 곳의 대표 메뉴인듯했다. 미나리를 잘게 다져 새우를 넣고 두툼하게 부쳤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미나리의 향긋한 향이 퍼지면서 잘게 다져진 미나리와 촉촉한 새우가 부드러우면서도 오독오독 식감을 더해주었다. 작은 양념장 그릇에 간장을 덜어내어 미나리전을 찍어 먹는 순간, 미나리의 향긋함에 짭조름한 간장까지 더해져 더욱 맛있었고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아 부담되지 않는 맛이었다. 먹으면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미나리전은 꼭 시키길 추천한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감자전이었다. 감자전은 사장님께서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 감자를 직접 강판에 갈아 만드신다. 생각보다 두툼하고 양이 많았다. 감자전을 잘라 뒤에 있는 양파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금상 천화가 따로 없다. 감자전의 겉은 돈가스처럼 바삭하지만 속은 감자로만 가득 차있다. 그렇다고 속이 탱글탱글하다기보다 잘 익혀져 부드러운 무스 같은 느낌이 강했다. 감자전을 찢어 먹을 때 안이 촉촉하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곤드레 나물밥과 함께 밑반찬들이 더 추가되어 나왔다. 모든 밑반찬은 간이 처음 메뉴판에서 말한 것처럼 세지 않다. 요즘 단짠단짠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싱거운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모님은 조미료가 안 들어간, 손 맛이 느껴지는 맛이라 더욱 좋다고 하셨다. 실제로 모든 음식을 배불리 먹는데도 전혀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살도 안 찔 것 같은데?라는 착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간이 안 돼있는 것처럼 싱거운 것도 아니다. 모든 음식이 적당한 간으로 건강한 맛을 자랑한다.
우리는 곤드레 나물밥 2일을 시켰기 때문에 두 그릇이 나왔다. 그래서 하나는 테이블에 기본으로 있던 간장과 고추장에 비비고 다른 하나는 강된장에 비볐다. 엄마는 간장에 비빈 것을 좋아하셨고 아빠와 나는 강된장에 비빈 것을 좋아했다. 곤드레 나물밥은 2인 이상으로 시켜야 하기 때문에 각각 다른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을 추천한다.
진짜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찍은 사진이다. 저기 보이는 가지무침과 기름나물, 묵과 버섯, 겉절이, 열무김치까지 곤드레 나물밥과 모두 잘 어울렸다. 우리는 굳이 반찬을 넣고 비비지 않았지만 밑반찬들의 간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넣어 강된장이나 고추장과 함께 비벼먹어도 맛있을 듯하다. 강된장이 전체적으로 묽어서 잘 비벼졌고 고추장과 간장이 비빌 때 조금 뻑뻑하다면 강된장을 살짝 넣고 비벼도 좋다.
부모님을 모시고 올만한, 그리고 나도 또 오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부모님도 아주 좋아하시고 사진처럼 밑반찬까지 다 먹었다. 우리처럼 세명에서 오면 곤드레 나물밥 2인과 전 2개를 시키면 아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처음에 3개 시키려고 했는데 사장님 말 듣기를 잘한 것 같다.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전혀 속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엄마, 아빠는 사장님의 손 맛이 정말 좋은 것 같다며 입이 마르게 칭찬하셨다. 이 곳이 왜 맛집인지 알 수 있었고 아예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올 때 보니 우리도 허영만 선생님과 비슷하게 시켰다. 우리가 시킨 메뉴 전부 strike! 다음엔 홍어전과 칼국수를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종로에 온 사람이라면, 부담 없는 식사를 하고 싶고 어른들과 함께 즐길 맛집을 찾는다면 당연, 계동의 밀과 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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