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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서울] 논현동 간짜장과 난자완스의 장인, 홍명먹보의 삶 2021. 6. 6. 01:03
3년 동안은 학동역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때는 학생이었기에 비싼 음식점보단 저렴하고 가성비 있는 음식점을 찾아 헤매었는데 그중 항상 짜장면이 먹고 싶으면 갔던 곳이 바로 논현동 홍명이었다. 용돈을 받아썼기에 음식을 먹을 땐 최대한 저렴한 음식을 시켜먹곤 했는데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가운데 짜장면은 나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 근처에 직장동료의 결혼식이 있어 학동역으로 가게 되었는데 같이 동행한 남자 친구가 근처에 엄청난 중국요리 맛집이 있으니 그곳을 가자 고한 것이다. 유튜브에도 소개되었고 특히 간짜장과 난자완스가 아주 유명하다며 칭찬일색이었다.
그런데 웬걸! 바로 내가 자주 갔던 중국집이었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 반, 아니 이곳 간짜장의 그렇게 맛있었나 반 들었을 찰나,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짜장면 말고 다른 걸 먹어본 기억이 없어 오늘 비로소 먹어보겠구나 하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위치 / 서울 강남구 논현로 131길 10 미현 빌딩 1층 홍명
영업시간 / 매일 11:30 - 21:3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주차 / 홍명 옆에 발레 주차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학동역 7번 출구에서 2분 거리 내에 있다. 7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걷다가 나오는 골목에서 꺾으면 저 멀리 홍명이 보인다. 처음에 유리창이 어두워서 문 닫은 줄 알고 설마! 했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있었다. 밑에 사진에서 보다시피 오른쪽에 발레파킹 해주는 분이 있다. 그리고 문 앞에 대기자 명단이 놓여있는데 평일에 사람들이 와서 줄 선다는 맛집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분위기와 함께 앞쪽과 옆쪽으로 테이블이 많았다. 우리는 토요일 오후 2시 반쯤에 갔는데 브레이크 타임이 다가와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왼쪽 오른쪽 그리고 그 옆까지 테이블이 차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뒤쪽에 있는 테이블까지 찼다. 역시 직장인들만 찾아오는 맛집뿐 아니라 근처에 있는 사람들도 찾아오는 곳이었다.
메뉴판을 보면 손글씨로 쓴듯한 메뉴들이 나열되어있다. 메뉴판만 봐도 장인정신이 깃들여있는 것 같다. 이곳의 인기 있는 메뉴 옆엔 빨간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데, 역시 자장면이 아닌 간짜장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가장 유명한 메뉴는 난자완스와 유린기, 잡채밥, 그리고 간짜장이라는데 유린기를 제외하고는 앞에 역시나 빨간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메뉴판을 전부 올리지 못했지만 뒤에 술도 많이 있고 앞엔 코스요리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주문할까 생각하다가 이 곳에 유명하다는 메뉴는 일단 다 먹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난자완스, 간짜장, 짬뽕으로 주문했다.
코스요리는 세 가지가 있다. 위에 조명 때문에 잘 안 보일 수 있어 설명하자면
1) 스페셜 80,000원(1인당) 오품 냉채/광동 샥스핀/난자완스/전가복/오룡해삼/식사/후식
2) 홍 코스 40,000원(1인당) 유산슬/난자완스/해물 누룽지탕/탕수육/식사/후식
3) 명코스 60,000원(1인당) 사품 냉채/난자완스/칠 리 중새우/송이 전복/후식
1인당 4만 원, 6만 원이면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한 것 같다. 난 중국 코스요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맛도 있고 가격도 착한 편이라 다음엔 꼭 먹어 봐야지 하고 다짐했다.기본찬들과 앞접시, 옆에 소스는 난자완스에 찍어먹는 소스인듯하다. 앞치마를 요청하면 앞치마도 준다. 그리고 앞접시가 필요하면 납작한 앞접시뿐 아니라 국물도 넣어먹을 수 있는 둥근 앞접시도 주니 참고하길 바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난자완스가 먼저 나왔다. 가까이 서보니 더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난자완스라는 이름과 음식이 생소할 수 있는데 난자완스는 쇠고기 등을 다져서 만든 완자에다가 볶은 청경채, 아스파라거스와 버섯을 함께 소스에 넣어 익혀 먹는 중국 요리라고 한다. 사이좋게 2개씩 먹으라고 4개가 나왔고 윤기가 좔좔 흘러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도는 것 같다.
식감은 쫀득쫀득한 함박스테이크 같다. 이곳이 난자완스 맛집이라는데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다. 사실 난자완스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어 비교하기 어렵지만 맛있는 것은 확실했다. 겉은 두께감 있게 바삭하고 안에는 부드러운 속살들로 채워져 있다. 생각보다 자를 때 질긴 느낌이었는데 입에 넣어먹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소스의 맛은 처음에 함박스테이크 모양이라 달콤하기만 한 소스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굴소스가 베이스인듯한 중국식 짭조름한 맛에 달콤한 맛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이 곳의 소문난 음식 중 하나인 간짜장이다. 사진을 찍기 전에 간짜장을 미리 부어버리는 실수를 해버렸다. 간짜장 소스는 당연히 따로 나오고 면에는 계란 프라이가 올려져서 나온다. 계란 프라이 올려진 간짜장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원래 간짜장이라 일반 짜장보다 국물이 많지 않지만 다른 중국집 간짜장보다 훨씬 소스가 적은 편이다. 거의 물기 없는 양파와 돼지고기 볶음의 느낌이다. 그렇다고 비빌 때 퍽퍽하진 않았던 게 면이 가늘어서 소스에 금방 베어 들었기 때문이다.
아삭아삭한 양파와 짭조름하게 간이 잘 들어간 고기, 그리고 면까지 환상의 조합이다. 다만 단점은 금방 면이 소스를 먹어 뻑뻑해지기 때문에 자장면을 제일 먼저 먹는 것을 추천한다. 고기와 양파와 면 그리고 마지막에 계란 프라이의 부드러움까지 더하면 왜 이곳이 간짜장 맛집인지 알게 된다. 다 먹고 나면 밥까지 비벼 먹고 싶을 정도로 자장면 간도 아주 좋았다.
난자완스와 간짜장을 시키고 느끼할까 봐 시킨 짬뽕이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맛있었다. 왜 빨간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사진을 보면 다른 일반 짬뽕들처럼 빨갛고 진한 색이 아니라 적당히 연한 주황색의 국물인데 한입 먹어보면 담백하면서 풍미가 느껴지는 국물의 맛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양파가 많이 들어가 있어 먹을 때 무겁고 진하 다기보다 부담 없이 매콤하고 담백해 자꾸 손이 자꾸 가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짬뽕이었다.
그리고 짬뽕의 숨은 복병이 있었다. 이 가격에 한 마리가 다 들어가다니! 그리고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살도 토실토실 아주 실했다. 이 뿐만 아니라 안에 오징어와 양파, 청경채까지 푸짐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 가격에 이런 짬뽕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감동스러웠다. 심지어 낙지는 잘 익혀져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까지 있었다. 면발과 함께 쫄깃쫄깃함이 더해져 아주 만족스러운 짬뽕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특히 간짜장, 난자완스, 짬뽕의 조합이 아주 좋았다. 둘이서 먹기엔 좀 배부른 양이었지만 글을 쓰는 지금 저 남은 소스마저 그립다. 다음엔 코스요리로 도전해보거나 유린기나 유산슬 등 다른 맛있는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 그동안 왜 자장면만 먹었는지 후회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고 논현동에서 맛있는 중국집을 찾는다면 홍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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