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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6일차] 오설록 티클래스 - 가람돌솥밥 - 바다다 - 우진해장국
    유체이탈의 삶, 가까이 2021. 5. 25. 15:09

    거짓말 같은 5박 6일이 지났다. 이번 여행은 유독 짧게 느껴진다. 엄마 환갑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라 굉장히 뜻깊고 즐거웠다. 누구는 가족끼리 가는 여행이 힘들다, 여행이 아니다 이러지만 그런 고생마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거라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힘든 일도 있었지만 웃는 일도 많았고 기대했는데 실망한 적도 있고, 기대 이상이라 기뻤던 일도 많았다. 해보기 전엔 설레고 두근거리지만 막상 하면 그저 그렇고 근데 지나고 보면 좋아서 다시 또 다음 여행을 준비하게끔 하는, 많은 여행을 했고 늘 똑같은 레퍼토리인 거 같다. 알고서도 다음엔 하와이 가자~ 다음엔 괌에 가자~하고 기약한다. 

    제주도에 자주 가본 사람들이 많지만 난 이번에 다섯 번째 여행이다. 같은 제주도라는 곳을 다섯 번이나 갔는데 다섯 번 다 다르게 기억되고 가는 장소도 달랐던 것을 보면 난 아직도 제주도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사람이다. 날씨가 궂을 때도 있고 맑을 때도 있었지만 제주도는 늘 아름답고 새롭다. 세 번째 여행부터 나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꼭 해보고 말겠다는 스스로 약속을 했다. 운전면허도 따고 돈도 벌고 해서 꼭 제주도에서 한 달 정도 살고 말 테다. 

     

    6일 차 여정
    오설록 뮤지엄투어, 티클래스 - 가람돌솥밥 - 바다다 - 우진해장국 - 제주공항


     

    정보 1)  오설록 뮤지엄 투어+그린티 클래스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15 오설록
    영업시간 / 매일 09:00 - 19:00 (티클래스는 9:30부터 1시간 30분 간격으로 16:30까지 있습니다)
    주차공간 / 오설록 주차장 사용
    요금 / 뮤지엄투어+그린티 클래스 1인당 28,500원 (프리미엄 티클래스도 같은 가격)
    예약방법 / 저희는 네이버에 '오설록 티 뮤지엄'을 검색해 예매했습니다.

    이 전에 오설록 티뮤지엄 주변을 산책하면서 엄마가 어머~ 저기 뭐야 해보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통유리 안에 사람들이 다도를 하는 모습이었다. 찾아보니 오설록에서 하는 티클래스였고 사전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참고로 아이는 10살 미만은 안됩니다) 그래서 재빠르게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9:30 클래스로 신청하였고 엄마, 언니, 나 이렇게 셋이 티클래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선 이어폰을 끼고 오설록 역사를 볼 수 있는 티뮤지엄을 살펴본다. 다른 오디오가 아니라 안내해주시는 분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처음 들어갔을 때 웰컴 티인 녹차를 한 잔 건네받고 오설록의 역사를 살펴본다. 그 이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이동해서 티 뮤지엄 앞에 펼쳐진 서광 녹차밭과 옆으로 보이는 산방산 등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제주도의 역사와 왜 제주도에 차가 유명한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원래 사람이 살기 척박한 땅이지만 습하고 온난한 기후는 차가 자라기 적합한 곳이라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녹차밭에 내려가 살펴보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우리가 티클래스를 진행할 '티스톤'이라는 건물로 이동했다.

    이 오설록 티스톤은 건축 관련된 상을 수상한 건물이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를 모티브로 만들어 김정희의 작품과, 벼루, 붓을 형상화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벽은 흑색의 단단한 벼루 느낌이 났고, 티클래스를 진행하는 곳은 한쪽에 통유리로 되어있어 제주 곶자왈 풍경을 볼 수 있고 고급스럽고 조용한 곳이었다. 보온병과 각종 다기들 그리고 간식인 떡이 준비되어있다. (그리고 티클래스 마지막엔 티스톤 머그컵도 준다)

    통유리창과 다기가 준비된 자리

    나는 다도하는것을 처음 배워보는데 준비된 보온병에 있는 물을 한번 식혔다가 주전자에 따르고 처음 우려낸 잔은 내가 마시고 두 번째 우려낸 물은 손님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짧은 시간인데도 그 사이에 차가 우려낸 시간이 달라 맛이 다른 것이 신기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새롭고 재밌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주는데 그 사이에 우리끼리 사진도 찍고 옆 테이블 사람들 사진도 찍어주었다. 티클래스가 끝나면 지하에 숙성 소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차가 숙성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마지막으로 마무리 티를 주며 티클래스는 마무리된다.

    차 숙성하는 지하실

    티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이 잔잔하고 품위가 있어 엄마가 대만족한곳이다. 제주도에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면 오설록 티클래스 한번 참여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다녀와서도 그린티 클래스 한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여기가 어디냐며 궁금해하기도 했다.

     


     

    정보 2)  가람돌솥밥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332 가람돌솥밥
    영업시간 / 매일 08:30~22:00 아침식사 가능
    주차공간 / 가게 앞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메뉴 / 시그니처 가람 전복 돌솥밥 15,000

    배고파서 급하게 찾은 곳이다. 가람돌솥밥은 중문 관광단 지안에 있는 돌솥밥인데 가는 길에 은희네 해장국이 있어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먼저 도착한 언니가 이곳에 사람이 많으니 한번 와보라고 했다. 들어가 보니 사람들도 많고 굉장히 바쁜 느낌이었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다들 돌솥밥을 먹으러 이곳에 온 느낌이었다. (다 관광객 느낌)

    가람돌솥밥 사진은 많이 못 찍어서 아쉽다. 이곳은 마가린과 간장이 있어 같이 비벼먹으면 한 끼 든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침에 중문에서 든든하게 먹고 싶을 때 여기 가람 전복 돌솥밥을 먹으면 좋을듯하다. 다만 사람이 많이 주문이 밀리고 메뉴가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언제나 오냐고 물어보자 사장님께서 아이스크림을 서비스로 주셨다. 아이가 있어 아이스크림을 좋아했고 오랜만에 간장계란밥같이 간장과 마가린을 넣어서 먹으니 맛있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간장으로 간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할 듯하다.


     

    정보 3)  바다다 (카페)

    위치 / 제주 서귀포시 대포로 148-15
    영업시간 / 매일 11:00 - 20:00
    주차공간 / 카페 주차장 사용

    추워서 실내에 앉고 싶었는데 이곳에 오면 실외에 앉아 더 멋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비가 왔어서인지 안개가 자욱했지만 바다와 바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이다. 안쪽은 되게 힙한느낌이지만 바깥쪽은 가족들끼리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많았다. 춥다면 신용카드나 신분증을 맡기고 담요를 빌릴 수 있다. 우리는 담요를 빌렸고 바깥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 한잔을 했다.

    날이 좋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흐린 날도 나름 흐린 날의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엔 여러 쿠키, 스콘 등을 파니 한번 디저트도 맛보는 게 좋을 듯하다.

     


     

    정보 4)  우진해장국

    위치 / 제주 제주시 서사로 11
    영업시간 / 매일 06:00 - 22:00 연중무휴
    주차공간 / 우진해장국 앞에 주차공간이 있습니다.
    요금 / 고사리육개장 9,000원

    우진해장국과 앞 주차공간

    우진해장국은 워낙 유명해서 저번 여행부터 내가 계속 말했던 곳이다. 엄마는 이 곳이 호불호가 가릴 거라고 꺼려했지만 마지막 날이고 추운만큼 따끈한 해장국을 꼭 먹어보고 싶었다. 우진해장국은 관광객뿐만아니라 근처 주민들도 많이 오는 듯했다. 우리는 웨이팅을 했고 30분정도 기다려서 입장했다. 저녁 5시쯤 줄을 섰던것 같다. 우진해장국은 따로 웨이팅하는 대기실도 있고 번호표를 받으면 방송으로 몇번들어오세요~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메뉴를 시키면 금방 나와 따끈한 해장국을 먹을 수 있다.

    우진해장국은 굉장히 걸쭉하다. 닭죽의 식감과 비슷하다. 근데 간도 잘되어있고 맛도 있고 나는 상당히 맛있었고 함께 먹은 언니도 우진해장국 포장하고 싶다고 했다.(냉동상태로 공항에 가져갈 수 있지만 그 날 냉동포장은 다 팔려 아쉽게도 가져갈 수 없었다. 대신 서울에서 택배로 주문하는 것은 가능하다.) 밑반찬은 많지 않았지만 깔끔했고 깍두기에 김치도 맛있어서 두 번 리필을 했다.

    한 번 떠먹다가 이건 밥이랑 같이 말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먹으니 정말 든든한 한 끼였다. 걸쭉하고 진한 맛이 느껴져 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이 곳은 다음에 제주도에 도착해서 바로 가서 먹을만한 곳이다. 공항과 가깝고 회전율이 빠르고 무엇보다 제주도 물가에 비해 9000원이란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졌다. 비 오고 추운 날은 우진해장국을 추천한다.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20대에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어디 있을까 하는 행복을 목적에 두고 살았던 때도 있었다. 난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을까? 난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할까? 하는 고민은 사실 그 나이 때 방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겪는 수순이었던 거 같다. 난 그동안 나의 행복은 내 성과를 인정받고 성취하고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는데 사실 그것도 맞지만 정말 내 행복의 바탕은 가족과 함께였을 때였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2019년 가을, 가족들과 동유럽여행을 했을 때이다. 그 여행이야말로 정말 우여곡절이 많아 언젠가 꼭 정리해야지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짤츠캄머굿에서 에어비앤비로 스위스에서 볼법한 집을 한채 빌렸는데 그때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고 숙소에만 있었다. 거실 겸 주방에는 큰 테이블이 있어 온 가족이 앉을 수 있었고 옆엔 큰 소파가 있어 누워서 잘 수 있는 크기였는데 거기서 나는 다리 부기 뺀다고 벽에 발을 대고 누워있었다. 아빠, 언니, 형부는 테이블에 앉아 각자 태블릿을 하며 여행 계획을 짠다거나 책을 읽었다. 동생은 저 옆 소파에 누워있고 엄마는 씻고 있고 그리고 조카도 혼자 놀고 있는 그 시간, 통유리 창밖에는 산맥이 보이고 바로 앞에 호수가 있던 그 장소, 주황색 조명에 따뜻한 분위기. 낯선 분위기에서도 우리 가족이 각자의 일을 함께 있는 공간에서 하고 있다는 것. 거기서 나는 아 이게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가족으로 인해 행복을 얻는 사람이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가족과 있는 게 항상 즐겁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에 큰 방향성이 정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 짜증 나고 힘들게 하더라도 함께 여행한다는 것이 나에게 기쁨이고 행복이다. 다음 여행에는 나도 영어실력도 쌓고 조금 더 촘촘히 계획해서 새로운 추억을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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