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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후회가 이끌었던 삶
    한 권으로 끝날지도 2022. 6. 26. 02:38


    방금 전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원래 책을 읽고나서 독후감을 남기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읽고보니 이제 껏 내가 살아오면서 늘 느껴왔던 감정들을 스토리적으로 풀어낸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의 내 삶은 통털어 후회와 미련뿐이었다. 단 하루도 후회하지않은 적이 없었고
    왜 내가 이런 선택을 했을까, 다시 돌아가면 그 선택을 했을텐데, 그 선택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실제 삶을 살아내는 내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난 과학을 좋아했는데, 그때 이과를 선택했더라면, 대학교도 상향지원하지 않았더라면, 대학교를 열심히 다녔더라면, 휴학하지않았더라면,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지않았더라면, 유학을 갔더라면, 복학을 했더라면, 그 친구와 절교하지않았더라면, 그때 그 말을 했더라면, 혹은 하지않았더라면,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더라면... 끊임없는 후회의 굴레속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나는 지금의 나보다 행복해보이는 상상까지했다. 이 책에서처럼 평행우주 속 다른 우주를 살아가는 나는 지금의 나보다 행복한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삶속에서도 가끔 피어나는 행복한 순간이 있었고 감사한 나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전혀 앞선 과거를 생각하지 않았고 건강하고 화목한 가족이 있음에, 산책할 수 있는 예쁜 공원이 집 앞에 있음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했다. 조금씩 감사한 날이 많아지고 차츰 내 마음이 안정되간다고 생각할 무렵 깨달은 사실은 후회를 한다는 것은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않다는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내가 행복해야 과거의 선택이 행복한 나로 귀결되는 과정중에 하나였으리라. 그 선택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것이 아니었다. 불행한 내가 그 선택을 버리지못한것이었다. 


    [스포주의]

    이 책은 나같은 사람이 조금 더 일찍 읽었으면 좋았을 책이다. 주인공인 노라시드가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면서 기이한 도서관에 도착하게된다. 이 도서관에서 노라는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것에 대한 후회의 책을 본다. 과거의 후회되는 순간에 자신이 다른 선택을 해서 살아가는 삶을 체험한다. 전 남자친구와 결혼하는 삶, 친구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삶, 오빠의 뜻에따라 락스타가 되고, 부모님의 뜻에 따라 수영선수가 되는 삶. 여러 삶을 살아보며 막상 그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니었고 자신이 꿈꿔온 삶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된다. 그리고 자신이 꿈꿔온 미래가 사실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꿈이며, 온전한 자신의 뜻에 따른 삶이 아니었음을 알게된다. 마지막 꿈에서 노라는 깨닫는다. 마음 속 깊이 자신을 존재하게 만들고 살게한 이유는 사랑이었고 사랑으로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말이다. 그리고 노라는 필사적으로 살고싶어하고 살아낸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

    194p. 이 부분은 노라가 북극의 빙하학자로 일하면서 북극곰을 만나게되는데, 거기서 살고싶은 강렬한 의지를 느끼게 된다.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의 일부가 되는것이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잊어버린다. 경도와 위도가 얼마나 긴지 무감각해진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닫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 일거라고 노라는 짐작했다. 하지만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이끼가 바위에 달라붙듯이

    200p. 노라가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다.
    하지만 어쩌면 모든 삶이 다 그럴지 모른다. 겉보기에는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가치 있어 보이는 삶조차 결국에는 그런 기분이 들지 모른다. 실망과 단조로움과 마음의 상처와 경쟁만 한가득이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험은 순간에 끝난다. 어쩌면 그것만이 중요한 의미인지 모른다. 부모님이 불행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성취하겠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그 순간 노라는 두 사람을 완전히 용서했다.

    221p. 개인적으로 이 부분 너무 웃겼다. 물론 작가는 다른 의미로 쓴거일수도있지만 내가 표면적으로 보기에...위고가 형편없었기때문에 노라가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간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섹스는 실망스러웠다. 한창 섹스를 하던 중에 카뮈의 인용문이 떠올랐다. "무엇이 날 정말로 재미있게 했는지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재미 없게 했던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390p 
    부제 : 내가 배운 것들 (한때 온갖 삶을 살았으나 지금은 보잘것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쓰는 글) 
    전부는 다시 꼭 읽어볼만하다. 마음에 드는 구절은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한 존재만 느끼면 된다. 모든 것이 되기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죽음은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는 말,인생은 언제나 행동하는 거라는 말, 그리고 
    소로의 말이 자주 쓰이는데 (난 소로에 대해 잘 몰랐지만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고 좋아하게되었는데 이 책에 자주 등장해서 좋았다)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중요성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선택의 많은 순간은 단순히 나의 의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다. 내 밖에서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 내면은 다르다. 내면은 언제든 바꿀 수있고 마음먹은데로 필터가 씌여진다. 나의 관점, 나의 상태에 집중해서 나만의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게된다면 아까 보았던 '무엇'이 분명 다른 '무엇'으로 다가오게될것이다.
    이 책은 현재의 무한한 가능성, 매일이 새로운 삶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사랑을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해서도 참 할 말이 많은데... 사랑에 대해서는 나중에 쓰려고한다. (이 책에서 노라의 존재의 이유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단순히 노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 조금 더 의식의 흐름대로 쓰자면, 무의미한 우주 속 무의미한 삶속에서 의미를 부여하는건 '사랑'이다. 단순히 이성과의 사랑이 아니라 관계속에 존재하는 친구,가족,연인,지인과의 사랑이 있기에 인간은 의미를 갖는것이다. 한때 인생은 원래 혼자 사는거라고 생각했는데 혼자인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거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더욱 확실해진 마음은 '지금의 나'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내가 더 많이 웃고, 감사하고 그리고 다른사람에게 친절하기를. 누군가 했던말인거같은데... 거창한 미래는 없다. 열심히 사는 오늘만 있을뿐, 여기에 덧붙여서 '감사한' 오늘이 있을뿐.

    그럼 안뇽~ 오랜만에 책 읽고 쓰는 글이라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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